[경상시론]알파고 10년, 3인3색 아름다운 도전
데미스 허사비스·이세돌·신진서
거대한 변화 앞에 멈춰서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 탐색·개척 이어와
10년 전 서울에서 열렸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많은 이들의 기억에 선명하다. 당시 알파고는 바둑 프로기사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연이어 선보이며 세상에 큰 충격을 안겼다. 제 2국에서 등장한 알파고의 흑 37수는 기보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고정관념을 깬 ‘전설의 수’로, 그리고 제 4국 승리의 발판이 된 이세돌 9단의 백 78수(혹은 그 시발점이 된 68수)는 AI의 허점을 짚어낸 ‘신의 한 수’로 기록되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값진 단 한 번의 승리는 ‘인류가 인공지능을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로 회자되고 있다. 이 역사적 대국 10주년을 기념하여 올해 구글코리아가 주최한 행사에 알파고와 연관된 세 명의 주역들이 모였다. 알파고 개발을 이끌었던 데미스 허사비스, 일파고와 대결했던 이세돌 9단, 그리고 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 세계 최정상에 서 있는 신진서 9단.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삼인삼색의 도전을 이어 오고 있다. 먼저 허사비스의 행보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진화와 함께 해왔다. 그는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입증한 이후, 인간의 기보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제로’를 선보였다. 알파제로는 짧은 시간 안에 기존 알파고를 능가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후 그의 연구는 바둑을 넘어 과학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그 결과물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알파폴드’다. 알파폴드는 수십 년간 풀리지 않던 생물학의 난제를 해결하며 신약 개발과 질병 연구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공로로 허사비스는 2024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하며, AI를 통해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과학자이자 기업가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도전은 기술을 넘어 인류 난제 해결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 신진서 9단의 여정은 또 다른 의미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알파고 대국 당시 10대였던 그는 그 충격을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학습의 기회로 삼았다. 인공지능을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연구하는 ‘스승’으로 받아들였다. 어떻게 하면 AI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자기발전을 위한 동력으로서 AI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그는 AI의 정교한 계산 능력과 인간의 직관을 결합해 새로운 바둑 스타일을 구축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뛰어넘었다. 그 결과 ‘신공지능’이라는 별칭과 함께 2020년 이후 6년째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 9단의 경우는, 기술 변화에 대한 적응을 넘어, 이를 자신의 경쟁력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세돌 9단의 선택은 바둑을 넘어서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는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에도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지만, 2019년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는 좌절이나 패배의 결과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이후 그는 바둑계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그는 UNIST 특임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전략적 사고와 창의성을 가르치고 있으며,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유니스트 학생들에게 추상 전략 게임 개발과 창의적 사고방식 훈련을 주제로 강의하고, 내년 출범하는 유니스트 GRIT(그릿)융합인재 학부에서 끈기와 창의를 겸비한 새로운 유형의 미래인재 교육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나가올 AI의 시대에 인간과 AI의 공생과 협력을 화두로, 미래인재 양성을 향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알파고 대국 10년, 세 사람은 서로 각기 다른 길을 걸어 왔지만, 그 행보 속에는 공통된 무언가 있다. 변화 앞에서 멈추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인간 본연의 도전과 개척의 정신이다. 허사비스는 AI 개발을 통해 과학의 경계를 넓히고 있고, 신진서는 AI와의 공존 속에서 인간 능력의 한계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세돌은 미래인재 양성을 통해 AI-인간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10년 전 바둑판 위의 흑과 백이 빚어낸 드라마는, 바둑계의 변화를 넘어, 연구실, 강의실, 기업 현장 그리고 세상의 도처에서 더 치열하고 아름다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영춘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26년 5월 14일 경상일보 “[경상시론]알파고 10년, 3인3색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